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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

병매관기와 죽은 시인의 사회 본문

영화

병매관기와 죽은 시인의 사회

보통의 성연 2017. 11. 18. 16:46

병매관기와 죽은 시인의 사회

  성연

 

江寧之龍蟠, 蘇州之鄧尉, 杭州之西谿, 皆産梅. 或曰: “梅以曲爲美, 直則無姿;

강녕의 용반, 소주의 등위, 항주의 서계, 여기에서 모두 매화가 난다. 어떤 이는 말한다.

매화는 굽음을 가지고 아름답다 여긴다, 곧으면 자태가 없다.”

以欹爲美, 正則無景; 梅以疏爲美, 密則無態.” 固也. 此文人畵士心知其意, 未可

기운 것을 가지고 아름답게 여겨, 바르면 볼 게 없다. 매화는 성김을 가지고 아름답다고 한다.

빽빽하면 태가 없다. 그렇다. 이는 문인과 화가가 마음으로 그 뜻을 알지만, 나중에

明詔大號, 以繩天下之梅也; 又不可以使天下之民, 斫直·刪密·鋤正, 以殀梅病梅

밝게 말하고, 크게 외쳐서 천하의 매화를 묶을 수 없다. 또 천하의 백성으로 하여금 곧은 것을 베고, 빽빽한 것을 깎고, 바른 것을 자르고,

매화를 일찍 죽이고 매화를 병들게 함을 가지고

爲業以求錢也.

업을 삼아서 돈을 구하게 할 수 없다.

梅之欹·之疏·之曲, 又非蠢蠢求錢之民, 能以其智力爲也. 有以文人畵士孤癖之, 明告鬻梅者, 斫其正, 養其旁條; 刪其密, 殀其稚枝; 鋤其直, 遏其生氣, 以求.

매화의 기움, 성김, 굽음은 꾸물꾸물(버러지처럼) 돈을 구하는 백성이 능히 그 지혜와 힘을 가지고 능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인과 화사와 고상한 벽을 지닌 숨은 자가 매화를 파는 자에게 밝게 고하여, 그 바름을 찍어내어, 그 곁가지를 길러, 그 빽빽함을 깎아, 그 어린 가지를 일찍 죽여 그 곧음을 김매어 그 살아 있는 기운을 막아,

重價, 而江浙之梅皆病. 文人畵士之禍之烈, 至此哉!

무거운 값을 구한다. 이에 강절의 매화가 모우 병들었다. 문인과 화사의 재앙의 매서움이 이에 이르렀다!

予購三百盆, 皆病者, 無一完者. 旣泣之三日, 乃誓療之, 縱之順之, 毁其盆,

내가 삼백 개의 화분을 구입하니, 모두 병든 것이고 하나도 완전한 것이 없다. 이미 사흘 동안 울다가, 이에 고치기를 맹세했다. 이를 놓아주고 순리대로 자라게 해서 그 화분을 헐어

悉埋于地, 解其椶縛; 以五年爲期, 必復之全之. 予本非文人畵士, 甘受詬厲,

모두 땅에 묻었다. 그 종려 노끈을 풀어서, 오년을 가지고 기약 삼아, 반드시 이를 회복시키고 이를 온전하게 하겠다.

나는 본래 문인과 화사가 아니다, 꾸짖고 성냄을 달게 받겠다

闢病梅之館以貯之.

병든 매화의 집을 열어서 이를 쌓아두겠다.

嗚乎! 安得使予多暇日, 又多閒田, 以廣貯江寧杭州蘇州之病梅, 窮予生之光陰,

! 어찌 나로 하여금 많은 한가한 날을 얻어서 또 한가한 밭을 얻어서 널리 저장하여 강녕, 항주, 소주의 병든 매화들을

내 인생의 세월을 다하여서

以療梅也哉?

매화를 고칠 것인가?

 병매관기에서 매화는 보는 이의 입맛에 맞춰 이리저리 베어지고, 깎고, 잘린다. 이렇듯 매화의 아름다움은 문인과 화사에 의해서 철저히 대상화된다. 결국 매화는 일찍 병들어 죽는다. 글쓴이인 가 보기에 매화의 아름다움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매화의 곧은, 바로 선, 빼곡한 모습이 오히려 멋스럽고 풍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돈을 구하는 자들은 모른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는 매화를 최대한 많이 사들여 그들을 자유롭게 방생한다.

 오늘날의 학생들도 매화와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이해받지 못한다. 개개인의 학생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것에 소질을 보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관심 없다. 그저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대학을 가는 성취와 결과에만 인정을 받는다. 가령, 가수가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보겠다는 학생이나 글을 쓰겠다는 학생에게 응원보다는 우려와 압박을 보낸다. 이러한 교육제도와 사회 시스템은 가히 폭력적이다.

 결국 이런 채로 대학에 들어오면 학생들은 당황한다. 성인이 되어 자유가 처음으로 주어진 순간, 길을 잃는다. 전공 공부는 나의 삶과 동떨어져 보이고, 더 치열한 경쟁인 공무원 시험, 대기업 입사 준비, 여러 고시 등은 열정을 쏟을 만큼 즐거운 일이 아니다. 어느 샌가 자신이 무엇에 즐거워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다 잊어버렸다. 어떤 일을 해도 설렘과 즐거움은 사라지고 무기력함과 적당한 타협만이 남는다.

 이처럼, 성취에 대한 인정만을 받고 자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모두 문제가 생긴다. 인정만을 받은 학생은 자신의 삶에 대해 자유롭게 사유하고 고민하는 과정 없이 틀에 박힌 대로 자라 언젠가 병든다. 한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궤도 밖의 모습을 하면 그 행동은 모두 딴 짓으로 규정되어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학생들은 제 모양, 제 꼴, 제멋대로 자라고 싶은 한 사람이다. 사회의 어른들은 이런 그들을 모두 대상화한다. 자본과 권력의 논리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키우는 교육은 어린 학생들을 베고, 깎고, 자른다.

 학생들은 수단이나 대상이아니라 존재. 이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잘 나타난다. 키팅 선생님은 휘트먼의 시를 인용하며 학생들에게 말한다.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의학, 법률, 경제, 기술은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거야.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을까?’ ‘ , 나여, 오 생명이여! 대답은 한 가지 :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편의 시가 된다는 것여러분의 시는 어떤 것이 될까?

 이렇게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을 한편의 시로서, 하나의 존재로 보고 존중한다. 이에 매혹된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을 열심히 수행하면서도 자신의 꿈과 사랑, 시를 좇는다. 특히, 주인공인 닐은 연극이 너무 하고 싶으나, 아버지는 이를 격렬히 반대한다. 아버지에겐 비밀로 오디션을 보고, 배역을 따낸다. 그러나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아버지는 연극을 말없이 보러 오고, 이에 닐은 끌려간다. 아버지는 날이 밝으면 군사고등학교에 강제 전학을 시키겠다고 통보한다. 닐은 아버지를 더 이상 설득할 자신을 잃어버린다. 결국 그날 밤, 닐은 자신의 첫 배역인 요정 ''이 쓰는 관을 써본 뒤, 아버지 서재의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다. 키팅 선생님은 학교에서 쫓겨난다.

죽은시인의사회 닐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결국 학생은 죽고, 위대한 선생님은 떠난다. 교육은 이래야만 한다는 당위는 현실 앞에서 너무나 초라하다. 시와 낭만, 사랑을 이야기하고 학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에 처해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미 입시위주 교육이 고착화되어버렸고, 배움은 취업과 신분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왜곡되어버렸으며, ‘자식농사라는 말처럼 부모들은 자식이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얼마나 많은 연봉을 받는지 등 물질과 명예와 관련된 성공이 우리 삶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영화 초반에 이런 장면이 있다. 학생들에게 문학 감수성을 불러 넣는 것이 위험하다고 키팅 선생은 경고 받는다. 모두가 휘트먼이고 빅토르 위고 일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받아친다. ‘예술가는 못되어도 자유로운 사색가정도는 되겠지요.’ 법률, 의학, 경제, 기술 등 물질은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이다. 해야만 하는 것들과 현실은 우리 앞에 엄숙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주어진 것들은 성실히 해나가야 함은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유와 정신까지 필요에 의해 현실에 완전히 묶일 필요는 없다. 교육은 이 지점에서 학생들을 잘 이끌어 주어야 한다.

 매화의 나뭇가지를 멋대로 대로 쳐내는 세상이다. 토양은 비록 척박하지만 그 뿌리만은 튼튼하여 언제든 매화가 제 꽃과 가지를 활짝 피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매화를 항시 관찰하고 섬세히 여기며 그들을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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