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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

질투에 대한 단상 본문

일상의 단상

질투에 대한 단상

보통의 성연 2017. 7. 31. 23:07

 

 

 인간의 강력한 감정 중 하나인 질투. 질투에 눈이 멀면 타인과 자기 자신을 좀먹게 되어 결국 파멸에 이른다. 질투는 지금까지 숱한 소설과 영화의 모티브였다. 스피노자 <에티카>에는 질투에 대한 정의가 이렇게 나온다.

 

 

질투란 타인의 행복을 슬퍼하고, 반대로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도록 인간을 자극하는 한에서의 미움이다.

 

타인이 행복하면 슬프고, 타인이 불행할 경우 미묘한 희열에 빠지는 감정은 질투에서 비롯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질투는 자신에게 가깝거나, 자신의 욕구체계와 비슷해 잠재된 무언가를 자극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일 수록 잘 일어날 수 있다. 가까운 친구, 연인 혹은 그리 친하지 않지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쉽게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볼때 질투가 일어난다. 또 연인간의 질투에 대해서 강신주는 이렇게 덧붙인 바 있다. 질투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생겨난다. 이런 질투의 감정에 휩싸이면 순수한 사랑과는 멀어져 간다. 왜? 당신만이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질투라는 감정은 자기 중심적인 감정이다.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인데, 타인이 저렇게 행복하다니.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은 나만 가져야 마땅한데, 쟤가 가지고 있네? 여기서부터 비틀린 감정이 마구 솟아난다. 즉, 타인을 자신과 유사한 욕망을 지닐 수 있는 '존재'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그의 존재를 지운다는 점에서 (심한 질투와 그에 따른 악의적 행동을 수반하는) 질투는 가히 폭력적이다.

 

물론, 질투가 아예 없는건 거의 전지전능한 신만이 가능 할 것이다. 타인을 자유롭고 존엄한 존재로 완전히 존중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것인가. 소중한 사람에게 질투의 감정이 자꾸 든다면, 자기자신이 가장 괴로울 수 있다. 그럴 때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제대로 들여다보고, 처해진 상황에서 해나갈 수 있는 걸 해나가 보자. 물흐르듯 말이다. 또한 적당한 질투감은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잘 알려진 생각도 일리 있으니 너무 괴로워 하지 말자. 질투감으로 휩싸이고 눈멀어 자신과 타인을 궁지로 몰지말고, 오히려 나와 타자에 대한 이해의 발판으로 삼아보자.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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